복지 사각지대 허문 ‘그냥드림’ 18일 전국 본사업 닻 올린다

복잡한 서류 제출이나 소득 증명 없이 위기가구에 먹거리와 생필품을 즉시 지원하는 보건복지부의 ‘그냥드림’ 본사업이 오는 18일 전국 158개 시·군·구, 280개 사업장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낙인효과를 지우고 신청주의 복지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이 사업은, 단순한 구호 물품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신빈곤층을 찾아내는 새로운 국가 복지안전망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서류 문턱 없애자 숨어있던 1,553 위기가구 세상 밖으로

5월 18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그냥드림’ 사업의 핵심은 ‘선(先)지원 후(後)상담’이다. 갑작스러운 생계 위기에 처한 국민이 사업장을 방문하면 1인당 3~5개의 기본 먹거리와 생필품(약 2만 원 상당)을 신속하게 내어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국 68개 시·군·구, 129개소에서 진행된 시범사업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총 9만 7,926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허기를 달랬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단순 물품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방문자 중 심층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1만 2,55명을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로 연계했고, 이를 통해 기존 행정망이 포착하지 못했던 위기가구 1,553가구를 발굴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본사업부터는 서비스 이용 절차도 한층 체계화된다. 1차 방문 시에는 본인 확인과 자가 진단표(체크리스트) 작성만으로 즉시 물품을 주되, 2차 방문부터는 현장 인력과의 기본 상담을 병행한다. 나아가 3차 이용부터는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의 심층 상담을 반드시 거쳐 지속 지원 여부를 엄격히 결정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연내 이 사업장을 전국 모든 229개 시·군·구, 300개소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청주의’ 맹점 찌른 역발상, 절대빈곤 막는 최전선 되다

‘그냥드림’ 사업의 탄생 배경에는 대한민국 복지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인 ‘신청주의’와 ‘엄격한 소득 증빙’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가난을 서류로 입증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사회적 낙인감과 복잡한 행정 절차는 노인, 장애인, 혹은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으로 경황이 없는 이른바 ‘신빈곤층’이 공적 복지 제도로 진입하는 것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했다. 과거 ‘송파 세 모녀 사건’부터 최근 잇따르는 고독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제도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채 고립된 이들의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본 사업은 ‘엄격하게 증명하지 못하면 지원하지 않는다’는 관료주의적 원칙을 ‘일단 먹는 문제부터 신속히 해결하고 상황을 면밀히 살핀다’는 방향으로 전환한 중대한 정책적 이정표다. 빈곤의 가장 극단적 형태인 식생활 위기를 즉각 해소함으로써 극단적 선택이나 생계형 범죄로 내몰리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응급 처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신한금융그룹(100억 원)을 비롯해 롯데, 삼천리 등으로부터 총 116억 원의 민간 후원금을 유치하며, 물품 확보부터 위기가구 사례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민관 협업 기반의 복지안전망을 구축한 점도 주요한 사회적 맥락이다.

도덕적 해이 논란 속, ‘재량권 강화’와 ‘경찰청 협력’으로

조건을 대폭 완화한 파격적인 지원 방식 이면에는 이해관계자들의 팽팽한 우려와 쟁점도 존재한다. 가장 크게 대두되는 현안은 이른바 ‘무임승차’로 불리는 도덕적 해이와 사업 목적에 맞지 않는 부적정 이용 사례다. 실제로 시범사업 기간 일부 사업장에서는 혜택을 받기 위한 과도한 대기줄이 형성되거나, 긴급한 생계 위기가 아님에도 물품을 무분별하게 수령해 가는 현상이 발생해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제한된 재원과 행정 인력 속에서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18일 본사업 시행과 함께 점검 체계를 대폭 정비했다. 1차 이용 시 이용자가 자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해 스스로 위기 상황을 객관화하도록 유도하고, 현장 복지 담당자가 육안 관찰과 초기 면담을 통해 이용 필요성을 탄력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재량권’을 명시적으로 강화했다. 또한, 무분별한 남용을 막고 진성 위기가구를 찾기 위해 지난 3월 경찰청과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적극 활용한다. 경찰이 치안 현장 순찰과 출동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빈곤층을 발견할 경우 가장 가까운 ‘그냥드림’ 사업장으로 연계하고, ‘좋은 이웃들’과 같은 지역사회 민간 네트워크와 공조해 복지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당분을 줄인 식품이나 씹기 편한 음식 등 건강취약자를 위한 맞춤형 물품을 보강해 단순 배급을 넘어선 세심한 서비스 통제선도 구축할 예정이다.

‘그냥드림’ 사업은 단순한 시혜성 무료 마켓이나 1회성 식료품 배급 제도가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구명줄이자, 정규 공적 부조로 향하는 ‘복지 관문(Gateway)’으로 기능해야 한다. 5개월의 시범사업이 명확히 입증했듯, 행정의 문턱을 과감히 낮추자 제도의 맹점 속에 방치되었던 수많은 위기 가구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진정한 국가 복지안전망의 완성은 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쥐여주는 물리적 지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당장의 허기는 채울 수 있겠으나, 빈곤의 구조적 사슬 자체를 끊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발굴된 1,553가구를 비롯해 앞으로 찾아낼 수많은 신빈곤층이 일회성 물품 수령에 그치지 않고 기초생활보장제도 편입, 긴급생계비 지원, 주거 및 일자리 연계 등 영구적인 자립 기반으로 온전히 안착했는지 철저한 사후 사례 관리와 추적 데이터 분석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아가 특정 대기업의 기부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재원 구조를 넘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예산 확보 방안이 법제화될 때 이 제도는 한시적 실험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본권 보장 모델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조건 없는 환대’라는 정책의 선의가 묵직한 결실을 보려면, 그 이면에 자리해야 할 냉철하고 촘촘한 ‘구조적 출구전략’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가동되어야만 한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정책 뉴스에 대한 더 다양한 소식은 [종합뉴스 섹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기사의 일부 이미지는 생성형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