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1인 가구·고립 노인일수록 ‘존재감 확인’이 일의 핵심 가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26년 7월 7일 공개한 ‘한국 어르신의 일과 삶 패널(KSWL)’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가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사회적 고립 및 우울을 겪는 노인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사회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주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1인 가구와 사회적 고립 위험군일수록 일의 가장 큰 의미로 ‘존재감 확인’을 선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나며, 계층별 일자리 정책의 세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구 형태 및 고립 위험도에 따라 갈리는 일의 주관적 가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수영 원장의 ‘한국 어르신의 일과 삶 패널(KSWL)’ 정보그림 6월호에 실린 통계 데이터 분석 결과,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체감하는 일의 가치는 가구 형태에 따라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1.1.2]. 동거인이 있는 다인 가구 참여자의 경우 일을 통해 ‘가족에게 도움이 됨’을 선택한 비율이 48.6%로 가장 높았으나, 혼자 거주하는 1인 가구 노인의 경우에는 ‘존재감 확인’을 가장 높은 가치인 40.3%로 지목했다. 또한 1인 가구의 30.6%는 일을 통한 ‘능력 활용 및 성취감’을 중요한 가치로 선택해, 다인 가구의 선택 비율인 22.3%를 8.3%포인트 상회했다. 이러한 경향성은 사회적 고립 여부에 따른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객관적 지표에 따라 분류된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 집단의 경우, 일의 의미로 ‘존재감 확인’을 선택한 비율이 35.9%에 달해 비고위험군 집단의 27.7%보다 8.2%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단절되거나 독거 상태에 놓인 노인일수록 노인일자리 참여라는 행위 자체를 타인과의 소통 창구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량적 근거로 평가된다.

정신건강 지표와 사회·심리적 변수가 일의 성취감에 미치는 영향

참여 노인의 정신건강, 특히 우울감의 유무 역시 일의 목적을 인식하는 데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했다. 임상적 혹은 자가 진단상 우울 집단으로 분류된 노인들은 일의 가치로 ‘가족에게 도움이 됨’인 47.5%와 ‘존재감 확인’인 33.7%를 선택한 비율이 비우울 집단의 각각 39.7%, 28.3%에 비해 모두 높게 형성되었다.

반면, 주체적 동기인 ‘능력 활용 및 성취감’을 꼽은 비율은 우울 집단이 13.7%에 그쳐, 비우울 집단의 26.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일수록 개인적 성취보다는 관계 지향적이거나 외부적 존재 가치 확인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는 노인일자리 참여 자체가 고립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기보다, 근로 과정에서 획득하게 되는 대인존재감이 매개변수로 작용하여 심리적 안정을 유도한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최근 학술지에 발표된 성향점수매칭 기반 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참여는 대인존재감과 정적 관계를 맺고, 이 대인존재감이 다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낮추는 간접 경로를 형성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거주 지역과 교육수준, 자립생활 능력에 따른 다각도 인지도 차이 분석

조사 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배경과 신체적 자립 능력도 일에 대한 주관적 가치 판단을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우선 거주지역별로는 농어촌 거주 노인의 44.9%가 일을 통해 ‘가족에게 도움이 됨’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선택해, 도시 지역의 38.7%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반면 도시 지역 거주 노인은 ‘존재감 확인’을 꼽은 비율이 30.6%로 농어촌 거주자의 23.7%보다 6.9%포인트 높았다. 농어촌의 전통적 공동체 중심 가치관과 도시의 개별화된 생활 방식이 노인일자리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교육수준별 비교에서는 학력이 높을수록 도구적 성격의 가치는 줄고 자아실현적 성격의 가치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가족에게 도움이 됨’을 선택한 비율은 저학력군에서 고학력군으로 갈수록 44.1%에서 17.7%로 대폭 하락했으나, ‘능력 활용 및 성취감'(23.5%에서 33.5%로 상승)과 ‘타인 및 사회 기여'(3.2%에서 22.6%로 상승)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울러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관련해 스스로 자립이 가능한 집단은 ‘가족에게 도움이 됨’을 선택한 비율이 57.8%로 의존 집단의 40.1%를 앞섰으나, 신체적·정신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의존 집단은 ‘능력 활용 및 성취감’을 일의 중요한 의미로 선택한 비율이 25.2%에 달해 자립 집단의 7.6%를 17.6%포인트 앞질렀다.

정책적 소득 보전을 넘어선 사회적 투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쟁점

이번 패널조사 결과는 기존의 노인일자리 정책이 지향해 온 단순 소득 보전 위주의 프레임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이자 정신건강 관리 수단으로서의 다변화된 프레임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일자리가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초고령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일종의 사회적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노인일자리를 통해 노년층이 세상과 재연결되고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사회참여 모델과 결합된 일자리 구조개편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정부의 한정된 재정 여건 속에서 이 같은 사회적·심리적 고립 완화형 일자리와 시장형 자립 일자리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를 두고 부처 간 예산 확보와 정책 실효성에 대한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인인구 1,000만 시대가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이번 KSWL 패널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향후 고립·우울 고위험 노인군을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공급 체계를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예산 심의 및 전산망 개편 등 후속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 같은 정량적 분석 결과가 어떠한 법적·재정적 반영으로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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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의 일부 이미지는 생성형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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