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부터 의료급여 수급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의 소득 일부를 수급권자의 소득으로 간주하던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가 전면 폐지된다. 정부는 그동안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소득 탓에 의료급여 혜택에서 배제되었던 빈곤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산정 기준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자녀 소득 10% 합산 규정 삭제, 수급 문턱 대폭 낮춘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5.12.9)에 따르면,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부양의무자의 소득 중 일부를 수급권자의 생활비 지원액으로 간주하여 소득인정액에 포함시키던 규정을 없애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도 소득의 10%를 ‘부양비’라는 명목으로 수급권자의 소득에 합산해왔다. 가령 1인 가구 선정기준이 102만 5천 원일 때, 실제 소득이 93만 원인 A씨는 연락이 두절된 자녀에게 소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월 10만 원의 부양비가 가산되어 총 소득 103만 원으로 간주, 수급 탈락 처리되었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이 부양비 항목이 삭제됨에 따라 A씨는 실제 소득 93만 원만 인정받아 의료급여 수급이 가능해진다.
제도적 모순이었던 ‘비수급 빈곤층’ 양산 구조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는 가족이 부양의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 설계되었으나, 변화하는 가족 구조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부양의무자와 관계가 단절되었거나 실질적인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 및 취약계층에게 이 제도는 ‘받지도 않은 돈’ 때문에 복지망에서 탈락하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했다. 소득은 선정기준 이하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양산된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기계적인 부양비 산정 방식이었다.
과거 탈락자 구제 가능… 행정복지센터서 재신청 절차 돌입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범위가 실질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부양비 기준으로 인해 의료급여 선정에서 제외되었거나, 소득 기준 초과를 우려해 신청조차 포기했던 대상자들에 대한 구제 절차가 진행된다. 대상자들은 주소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상담 후 재신청할 수 있으며, 자산 조사를 거쳐 보장 결정이 내려지면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게 된다.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는 단순한 수급 기준 완화를 넘어,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던 낡은 복지 패러다임이 국가의 직접 책임으로 전환됨을 시사한다. ‘가짜 소득’이라는 행정적 장벽이 사라진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신청 의지조차 꺾인 소외 계층을 행정력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서류상의 기준 삭제가 현장의 실질적인 의료 안전망 강화로 이어지도록 촘촘한 후속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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