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73개 기관과 연합하여 2026년 11월 30일까지 건강도시 스탬프투어 ‘도시에서 건강을 만나다’ 캠페인을 전개한다. 단순한 걷기 독려를 넘어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 자체를 시민 건강의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거시적 공공보건 패러다임의 확장이다.
725개 거점을 연결한 발자취, 일상 공간을 보건의 최전선으로 탈바꿈
2026년 5월 1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총 3개의 시즌(시즌1: 5.18~7.15, 시즌2: 7.16~9.30, 시즌3: 10.1~11.30)으로 나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범국가적 건강 프로젝트다. 전국 725곳의 건강도시 환경조성 장소를 방문해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WalkON)’을 통해 스탬프를 획득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참여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자 보건복지부를 필두로 산림청, 전국 지방자치단체, 건강생활지원센터,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 등 73개 정부 및 지자체 기관이 협력망을 구축했다. 방문 장소는 국민의 일상 동선을 고려해 4가지 테마로 세분화되었다. 도심 속 숲과 공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초록쉼터(347개소)’, 강과 하천, 해안을 따라 걷는 시원한 ‘물길따라(87개소)’, 지역의 역사적 유적과 문화를 탐방하는 ‘오랜 숨결(62개소)’, 그리고 한 단계 높은 체력 단련과 러닝을 결합한 ‘건강 레벨업(229개소)’이다.
동기 부여를 위해 스탬프 1개 이상 획득 시 커피 쿠폰 추첨(50명), 5개 이상 획득 시 3만 원권 기프트카드(10명)를 제공하며, 최다 획득자 및 홍보왕 1명에게는 10만 원권 상품권, 마사지기, 한우세트 중 하나를 리워드로 지급하는 등 직관적인 유인책을 마련했다. 특히 올해는 단순히 걷고 도장을 찍는 물리적 이동에 그치지 않고, 국민체력인증센터의 체력 측정이나 건강생활지원센터 내 상담 프로그램을 사전 예약제로 연계 운영함으로써 일회성 신체활동을 체계적인 지역사회 건강 관리망으로 적극 유입시키고 있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 도시의 책임으로, 공공보건 패러다임의 구조적 전환
이 캠페인의 기저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창해 온 ‘건강도시(Healthy City)’라는 공공보건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WHO에 따르면 건강도시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물리적 상태를 넘어, 지역사회 참여 주체들이 상호 협력해 도시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을 지속해서 개선함으로써 시민의 질 높은 삶을 창출하는 유기적 체계다.
과거 정부 주도의 보건 정책이 금연, 절주, 운동 등 개인의 행태 변화를 촉구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데 집중했다면, 현대의 건강도시 패러다임은 개인이 굳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시의 구조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KHCP)의 괄목할 만한 외연 확장과 과천시, 홍성군, 포항시 등 수많은 기초 지자체들의 선도적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과천시의 사례처럼 도시 전반에 조성된 공원과 녹지, 보행 친화적 산책로, 생활권 내 체육시설의 균형 있는 배치가 시민의 실제 건강 수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되면서,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공간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의 급증이라는 무거운 국가적 과제 앞에서, 도시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가장 비용 효율적이고 강력한 예방의학 인프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앱 기반의 사각지대와 공간적 불평등이 낳은 실질적 쟁점
그러나 캠페인의 긍정적 취지와 순기능 이면에는 정책 입안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실질적 한계와 구조적 쟁점이 내재해 있다.
첫째, 디지털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낳은 소외 현상이다. 725곳이라는 방대한 거점을 연결하는 투어 챌린지가 오직 스마트폰 모바일 앱 ‘워크온’에 의존하며, 위치 권한을 ‘항상’ 켜두어야만 작동한다는 점은 치명적 약점이다.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걷기 운동과 선제적 건강관리가 가장 절실한 70대 이상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이는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둘째, 물리적 인프라와 지형의 차이에 따른 지역 간 공간적 불평등이다. (Spatial Inequality) 수도권이나 평지 위주의 신도시는 일상생활 반경 내에 잘 정비된 ‘초록쉼터’와 ‘건강 레벨업’ 시설이 즐비하지만, 교통 인프라가 낙후되거나 고도 제약이 뚜렷한 지방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국내 공간 분석 연구에 따르면, 강원도 등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거주지에서 보건·복지 인프라까지의 거리가 전국 평균을 심각하게 웃돈다. 결국 전국에 725곳의 건강 거점을 지정해 놓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도보로 안전하고 편하게 닿을 수 있는 보행 일상권, 이른바 ’15분 도시’ 생태계 내에 편입되지 않는다면 그 정책적 효용은 반감된다. 인프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심 거주자와 그렇지 못한 소외지역 거주자 간의 의료 및 보건 격차가 ‘스탬프 획득의 유무’로 가시화되며, 도리어 건강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건강을 만나다’ 캠페인은 신체 활동의 즐거움을 일깨우고 대한민국 보건 정책이 나아가야 할 거시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훌륭한 촉매제다. 하지만 이는 지정된 특정 명소를 찾아가 스탬프를 채우고 경품을 수령하는 단발적 이벤트가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종착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의미의 건강도시는 랜드마크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정을 넘어, 시민이 거주하는 가장 평범하고 비좁은 골목, 그리고 가장 낙후된 변두리 지대까지 맑은 혈류처럼 건강 인프라가 멈춤 없이 뻗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향후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앱 구동이 낯설고 두려운 노년층을 위해 아날로그 방식의 병행 인증 시스템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나아가 거주지의 지형적 경사도, 대중교통 배차 간격, 지역 내 보도블록의 상태까지 면밀히 분석하여 일상생활 권역 단위를 세밀하게 쪼갠 ‘맞춤형 공간 복지’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공간 인프라가 곧 그 사회의 복지 수준이자 개개인의 수명을 결정짓는 척도가 된 시대다. 모든 국민이 자신이 딛고 선 그 평범한 땅 위에서 어떠한 물리적·디지털적 장벽 없이 자유롭게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견고하고 촘촘한 ‘건강 형평성’의 뿌리가 대한민국 전역에 깊게 내리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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