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무 위주였던 노인일자리 사업이 전문성을 갖춘 사회서비스형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일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출범시킨 ‘G-care 매니저’ 마을건강활동가 110명은 기업의 사회공헌 시범사업이 지자체의 정규 정책으로 안착한 드문 사례이자, 초고령사회 지역 돌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사회서비스형으로… ‘G-care 매니저’ 110명 출범
지난 2월 20일, 원주 심평원 본원 1사옥에서 열린 ‘G-care 매니저(마을건강활동가) 발대식’은 노인일자리의 질적 전환을 상징하는 현장이었다.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고 심평원이 지원한 이번 행사에는 선발된 110명의 시니어 매니저들이 참석해 ‘마을 건강 지킴이’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단순한 안부 묻기를 넘어 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모니터링, 우울감 완화를 위한 정서 지원, 필요 시 요양 서비스 연계 등 실질적인 ‘건강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2인 1조로 움직이며 돌봄 사각지대를 훑는 이 시스템은 기존의 형식적인 순찰 방식에서 벗어나 밀착형 케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익형에서 ‘역량 활용형’으로, 2026년 노인일자리의 현주소
이번 G-care 매니저 사업의 핵심은 ‘지속 가능성’의 확보에 있다. 당초 심평원 임직원들의 성금(1% 나눔 기금)으로 시작된 이 모델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시범 운영을 통해 그 효용성을 입증받아, 2026년 올해부터 원주시의 정규 상시 사업으로 편입되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2026년 노인일자리 정책 기조인 ‘역량 활용형 일자리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 올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 2천 개의 노인일자리를 공급하면서, 단순 환경미화 등 공익형 비중을 줄이고 돌봄·안전 등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G-care 매니저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험과 의료 전문성을 지역사회 돌봄으로 환원시키는 ‘강원형 통합돌봄’의 선도 모델로 평가받는다.
‘노노(老老)케어’의 한계 극복과 전문성 확보가 관건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전문성’과 ‘처우’ 사이의 간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G-care 매니저가 수행하는 업무는 준(準)의료 행위에 가까운 판단력을 요하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시간과 활동비는 여전히 ‘자원봉사’와 ‘근로’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방식은 신체적·정서적 소진(Burnout)이 빠를 수 있어 이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단순한 쪽방 방문을 넘어 의료기관과의 신속한 핫라인 구축, 매니저 자체의 심리 지원 프로그램 등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겉돌 수밖에 없다. 지자체 예산으로 전환된 첫해인 만큼, 예산 집행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현장의 유연성을 얼마나 보장하느냐가 사업 성패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이제 ‘빈곤 노인 소득 보전’이라는 1차원적 복지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이번 G-care 매니저 출범은 노인이 수혜 대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주체’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실험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참여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합당한 보상 체계와 체계적인 직무 교육이 필수적이다. 2026년, 초고령사회의 파고 앞에서 노인일자리는 ‘복지’가 아닌 ‘사회적 투자’이자 ‘예방 의학’의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원주에서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이 전국 지자체의 고령화 해법에 묵직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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