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강원도 원주시 노인일자리 사업 지원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급 열기를 보인 가운데, 단순 노무직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직군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용돈 벌이를 위한 소일거리를 넘어, 은퇴 후에도 사회적 효능감을 찾으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욕구가 정책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영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단순 노무 기피, ‘경력’ 선호… 뚜렷해진 수요 이동
원주시의 2026년 노인일자리 모집 결과는 고령층 노동 시장의 지형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1.22대 1을 기록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온도 차가 극명하다. 단순 환경정비 위주의 ‘공익활동사업’ 경쟁률이 1.10대 1에 그친 반면, 경력과 전문성을 요하는 ‘역량활용사업’은 1.84대 1까지 치솟았다. 모집 인원은 공익활동이 3배가량 많았음에도, 지원자들의 발길은 전문 직무로 쏠린 것이다. 다시말해 과거 노인일자리가 ‘빈곤 구제’ 성격의 복지 정책으로 인식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제2의 커리어’를 위한 사회 참여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장에서는 “체력만 소모하는 일보다는 과거 직장 경험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원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모니터링·행정지원에 쏠린 눈… ‘전문직 쟁탈전’
직무별 경쟁률을 뜯어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노인일자리 모니터링(2.50대 1), 공공의료원 서포터즈(2.45대 1), 공공행정 업무지원(2.01대 1) 등 사무·관리직 성격의 업무는 2대 1을 훌쩍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사실상 두 명 중 한 명은 탈락하는 셈이다. 반면 기초연금 수급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공익활동사업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았다. 이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즉 ‘신노년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고학력과 풍부한 사회 경험을 갖춘 이들에게 단순 반복 업무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현장 접수처 관계자들은 “지원 서류에 빽빽하게 적힌 전직 이력을 내세우며 ‘제대로 된 일’을 요구하는 어르신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행기관 편중과 ‘질적 미스매치’ 해소 과제
수요는 고도화되고 있지만, 공급 체계는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지원자의 66.7%인 7천여 명이 원주시니어클럽 한 곳에 몰린 것은 즉 전문화된 직무를 수행할 기관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2026년부터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참여해 의료·복지 분야 120명을 선발하는 등 민간·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1만 명이 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시말해 일자리의 양적 확대는 달성했지만, 고스펙 노년층이 만족할 만한 ‘질 좋은 일자리’의 다양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결국 고급 인력이 단순 노무직으로 하향 지원하게 만드는 ‘미스매치’를 야기해 사회적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이제 ‘복지’의 영역을 넘어 ‘인적 자원 활용’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원주시의 사례는 은퇴 세대가 단순히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전문 영역을 지탱할 수 있는 핵심 자산임을 증명한다. 향후 정책의 성패는 단순히 몇 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신노년층의 축적된 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지역 사회 필요와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령층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민간 시장 수요와 매칭하는 구조적 고도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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