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6월 2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고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에 따라 2026년 호스피스·연명의료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하며, 대면 방문으로만 가능했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온라인으로 확대하고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말기로 앞당기는 사회적 합의 및 제도 정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온라인 등록체계 구축과 접근성 혁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향후 자신이 임종 과정에 이르렀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법적 문서다. 그동안 이 제도는 반드시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해 대면 상담을 거쳐야만 효력이 인정되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시행계획의 핵심은 이 대면 중심의 등록 체계를 온라인 영역으로까지 파격적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절차를 신설하고 관련 법령을 신속히 정비할 계획이다.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등록기관을 819개소로 늘리고 모바일 등록증 발급을 시작하는 등 접근성을 개선해 왔으나, 이번 온라인 등록 도입은 제도의 대중화와 국민 편의 증진 측면에서 가히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기존의 대면 등록 인프라도 지역보건의료기관과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 대면과 비대면의 균형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연명의료 중단 시점 조율 둘러싼 본격 논의
제도의 편의성 개선을 넘어, 연명의료의 실제 유보·중단이 가능한 타이밍을 조정하는 파격적인 제도적 시도 역시 본격화된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상 연명의료의 중단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하고 사망에 임박한 ‘임종기’에 도달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이미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상태에서 불필요한 고통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아, 유보 및 중단 시점을 말기 단계로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 관계 기구와 함께 연명의료 중단 가능 시기를 말기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공식 착수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행 말기 환자가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시점 역시 ‘말기가 예견되는 시점’으로 조기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는 환자가 온전한 의식 속에서 주체적으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의료진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존엄한 의사결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장치가 될 전망이다.
맞춤형 인프라 강화로 사각지대 없는 ‘생애 말기’ 구축
존엄한 생애 말기를 완성하는 또 다른 축인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도 전폭적으로 확충된다. 보건복지부는 가정에서 마지막을 보내길 원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가정형 호스피스 수가 제도를 전면 개선하고, 전문기관 확대를 가로막는 병원 현장의 고질적인 요인들을 심층 분석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나라 고령층의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현실을 감안해 ‘요양병원 특화형 호스피스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신속히 현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관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도모하고자 ‘호스피스종합정보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한다. 대기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적시 적소에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공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실무 교육과정도 표준 실무교육 30회, 가정형·자문형 실무교육 각 12회 등 총 54회로 대폭 확대하여 의료적·정서적 돌봄의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릴 기반을 갖춘다.
실효성 담보 위해 넘어야 할 사회적 쟁점들
정부의 전향적인 행보에 대해 의료계와 환자 단체는 원칙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강화를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우려와 보완대책의 시급성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생명과 직결된 엄중한 결정을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환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대리 등록이나 외부 압력에 의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또한 연명의료 중단 시점을 ‘말기’로 확대하는 논의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으려면 말기와 임종기를 판정하는 의학적 기준이 극도로 정교화되어야 하며, 이를 담보할 구체적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 거부의 깊은 본질적 의미와 가족과의 상의가 녹아 있어야 하는 무거운 문서’라며 ‘단순히 등록 수치를 늘리는 온라인 양적 확대에 치중하기보다 비대면 등록 시 엄격한 본인 확인 및 동영상 안내 등 진정성 있는 상담·교육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개선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간소화나 의료 제도의 정비를 넘어, 우리 사회가 죽음이라는 생의 마지막 과제를 얼마나 성숙하게 포용하고 대처할 수 있는지를 묻는 철학적 시험대다.
정부가 2026년 시행계획을 통해 제시한 편리성과 자기결정권 확대는 고령사회 대한민국에 반드시 필요한 진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생명 존중의 가치가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대면 시스템의 보안성 확립과 의료계·환자 단체가 우려하는 의학적 기준의 구체화라는 숙제가 반드시 풀려야 한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말처럼 생애 말기의 문제는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공동의 미래다.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튼튼한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촘촘히 엮어갈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누릴 수 있는 진정한 복지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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