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격차 13년 뚫을 ‘AI 기본의료’ 닻 올랐다. 기술 넘어선 공적 설계가 관건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통해 지역·필수·공공의료의 붕괴를 막는 ‘AI 대전환(AX)’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26년 4월 30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제1차 전문가 정책 간담회’를 기점으로, AI 기본의료를 통해 단순한 예산 투입의 한계를 넘어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의료 난민 10조 원 시대, ‘AI 청진기’로 원정 진료 끊는다

대한민국 보건의료 현장은 심각한 양극화의 늪에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4월 30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AI 기본의료 제1차 전문가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보건의료 체계의 고질적 난제인 지역 격차와 필수·공공의료(이하 지·필·공)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책적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비롯해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현재 비수도권 주민들이 겪는 의료 불평등은 임계점을 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최신 통계(2024 지역별 의료이용통계 및 국회입법조사처 수명·의료자원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타 지역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에서 지출하는 원정 진료비는 연간 10조 8천억 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수도권이 211.5명인 데 반해 비수도권은 169.1명에 그치며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지역 필수 공공의료’ 공백 해소를 구원할 대안으로, 정부는 지리적 제약 없이 고도의 진단 및 처방 보조를 수행할 수 있는 AI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형훈 제2차관은 AI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우리 의료체계의 오랜 난제인 지역 격차를 해소할 핵심 열쇠라고 강조하며 대전환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초고령화와 필수의료 붕괴의 이중고, 관성적 대책으론 한계

정부가 ‘AI 기본의료’라는 승부수를 띄운 배경에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폭발적인 의료 수요 증가와 급속도로 진행 중인 의료 인력 유출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병상 수급 관리와 물리적 인프라 확충, 재정 지원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역 의료 붕괴를 막고자 했으나, 전공의와 공중보건의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제어하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 열악한 근무 여건과 보상 체계 부족으로 인해 의료 취약지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해오던 공중보건의 지원자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의원이나 약국조차 없는 무의촌 지역의 의료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간담회 발제에 나선 관계자들 역시 기존의 관성적인 땜질식 정책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물리적 인프라 중심의 투자를 넘어 네트워크와 데이터 기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해졌다. AI 기술은 숙련된 전문의가 부족한 응급 상황이나 중증 질환 진단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정밀하게 보조하고, 물리적 거리가 먼 환자들에게도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평가받는다. 정부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AI를 보편적 건강권 실현의 수단으로 규정하고, 지역 어디서나 균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결집한 종합 전략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분절된 데이터 장벽, 양극화 부추길 ‘독’ 될 수도

AI 기본의료의 청사진은 원대하지만 현실의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 및 IT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AI 대전환(AX)을 위한 최우선 선결 과제로 ‘의료 데이터의 표준화’를 꼽았다. 한국은 전자의무기록(EMR)의 도입 속도가 세계적으로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EMR 개발사와 병원들이 각기 다른 폐쇄형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의 상호 호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처럼 파편화된 생태계를 하나의 개방형 플랫폼으로 통일하지 못한다면,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이라 할지라도 반쪽짜리 학습 결과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토론에 참여한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연구소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 의료 현장이 AI 시스템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할 명확한 경제적 유인 구조의 부재도 핵심 쟁점으로 도마에 올랐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서준범 교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로는 혁신적인 AI 기술을 의료 현장에 안착시키기 어렵다며, 가치 기반의 성과 보상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정부의 정교한 공적 개입과 거버넌스 없이 철저히 시장 논리에만 AI 도입을 맡길 경우, 시스템 투자 여력이 충분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만 환자가 집중되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 AI 양극화’가 촉발될 수 있다는 날 선 경고도 이어졌다.

AI 기본의료 전략, 보편적 건강권의 출발점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AI는 무너져가는 보건의료 생태계를 지탱할 가장 강력하고 혁신적인 지지대임이 분명하지만, 결국 이를 움직이는 것은 제도의 틀과 사람이다. 다가오는 6월 정부가 발표할 ‘AI 기본의료 전략’은 단순한 기술 예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의 벽을 강제로 허무는 국가 차원의 통합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지방 의료진과 병원들이 생존을 넘어 스스로 AI를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촘촘한 가치 기반 보상망을 설계해야 한다. 병원 간의 정보 독점을 타파하는 규제 혁신 없이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 공백 해소는 요원하다. 정부의 냉철하고 치밀한 공적 설계가 기술 만능주의의 함정을 피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거주지에 상관없이 건강 형평성의 생명권을 보장받는 보편적 건강권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자료]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AI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 메운다! AI 대전환 통해 보건의료 난제 해결 모색 (2026.4.30)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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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의 일부 이미지는 생성형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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