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총 5000명을 선발해 최고 1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신청 접수가 오는 15일 마감된다. 전 국민 대상의 오디션 방식을 차용한 이번 정책은 청년 취업난과 경제 하방 압력 속에서 일자리 창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단순한 창업 붐 조성을 넘어 생태계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베일 벗은 ‘모두의 창업’, 5천 명 선발에 10억 원 내건 서바이벌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발표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통합 모집공고에 따르면, 정부는 일반·기술트랙 4000명과 로컬트랙 1000명 등 총 5000명의 예비 및 창업 3년 이내 초기 창업자를 모집한다. 기존 창업자의 경우 반드시 이종업종 창업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신규 가치 창출에 방점을 찍었다. 심사 구조는 서면 평가로 끝나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아이디어 심사부터 시작해 17개 시·도별 비공개 기업설명회(IR), 권역별 오디션, 그리고 최종 대국민 오디션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토너먼트 서바이벌 방식을 채택했다.
라운드 진출에 따라 200만 원의 초기 창업활동자금부터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자금이 차등 지급되며, 1위 우승자에게는 상금 5억 원을 포함해 벤처투자 연계 등 10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특전이 주어진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기술트랙 진출자의 70%, 로컬트랙 진출자의 90%를 비수도권에서 선발하는 강력한 지역 쿼터제를 도입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100여 곳의 민간 및 공공 보육기관이 참여해 인공지능(AI) 솔루션 바우처 지원부터 책임 멘토링까지 전주기적 육성을 전담하며, 엄격한 사후 관리를 위해 지정 은행 계좌 및 창업사업통합정보관리시스템 의무 사용 규정을 명시했다.
‘구직’에서 ‘창직’으로, 저성장 늪 빠진 한국 경제의 고육지책
정부가 이처럼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대규모 창업 육성책을 꺼내든 배경에는 고착화된 저성장 기조와 청년 일자리 문제라는 구조적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과 수도권 중심의 이른바 ‘K자형 성장’이 고착화되고, 디지털·AI 전환 등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인해 전통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구직을 단념한 청년층이 급증하는 추세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경제의 하방 압력마저 커지자, 정부는 고용 정책의 근본적인 방점을 일자리를 ‘찾는 것’에서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전면 전환했다.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통해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부처 단위의 예산 집행 사업을 넘어, 국가 단위의 경제 체질 개선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특히 과거의 정부 지원사업들이 자금 대출이나 인프라 보급 등 간접적인 마중물 역할에 머물렀다면, 올해부터는 정부가 초기 수요자로 나서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선구매하거나 5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해 민간과 함께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등 시장 내 적극적인 ‘플레이어’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2026년을 혁신 창업 생태계의 전환점(Tipping Point)으로 삼겠다는 굳은 정책적 의지의 발로다.
“질적 역량 검증” vs “보여주기식 거품”, 엇갈리는 현장의 시선
유례없는 규모와 획기적인 방식이 도입된 만큼, 벤처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엇갈린다. 중기부는 이번 다단계 오디션 구조가 과거 지원사업의 치명적 맹점을 보완한 진화된 모델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기존 예비창업패키지 등 정부 지원 수혜 기업의 약 40%가 5년 내 폐업하는 등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자, 강도 높은 단계별 생존 경쟁과 보육기관 주도의 철저한 멘토링을 의무화해 기업의 본질적 역량과 생존율을 높이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대편의 시각은 매섭다. 벤처 생태계 일각에서는 방송과 연계한 흥행 위주의 오디션 방식이 자칫 창업을 본질적 기업가 정신의 발현이 아닌 1회성 ‘투기적 이벤트’나 발표 기술 경연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진정한 혁신은 단기적인 피칭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업계 내 평판과 신뢰를 쌓아가는 ‘사람 중심의 생태계’에서 피어나는데,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과 대중적 열풍에만 의존할 경우 심각한 벤처 버블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벌어진 특정 스타트업의 수십억 대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 및 보조금 편취 사태에서 보듯, 국세청 및 수사기관과 연계된 철저한 사전·사후 검증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막대한 혈세가 이른바 ‘보조금 사냥꾼’들에게 낭비될 것이라는 치명적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적인 정책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시장의 충격과 격렬한 논쟁을 수반한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누구나 실패의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창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다만 이 거대한 시도가 단순한 일회성 오디션 쇼나 흥행몰이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의미의 ‘국가창업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맹목적인 자금 살포 중심의 1차원적 문법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최종 무대에서 탈락한 4999명의 값진 경험이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후속 도전을 위한 자양분이 되거나 기존 유망 기업의 핵심 인재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재도전 안전망’과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매칭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정부는 옥석 가리기에만 몰두하는 ‘심사 역할’의 좁은 시각을 극복하고, 창업가들이 낡은 규제의 장벽을 넘고 실질적인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제도적 마찰 비용을 줄여주는 진정한 ‘조력자’로서의 본분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글 |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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