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소속 의료혁신위원회는 지난 2026년 8월 2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정기현 위원장 주재로 제9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질병 발생 후 치료에 집중되어 온 기존 보건의료 체계를 지역사회 기반의 예방·돌봄 통합 관리 체계로 전면 개편하는 ‘초고령사회 대응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권고안은 급격한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추어 시·군·구 보건소의 외래 진료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전략·기획 기능에 집중하도록 하고, 동네의원과의 협력을 통해 주민 밀착형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대정부 권고 조치이다.
초고령사회 대응 건강 중심 재구조화… 4대 전략에 기반한 10대 대정부 권고안
의료혁신위원회가 확정한 권고안은 ‘어디에 살든 예방부터 생애말기까지 촘촘한 건강안전망’을 목표로 4대 전략과 10대 핵심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제1전략인 지역보건의료체계 혁신 및 기능 강화를 위해 위원회는 첫째, 개별 기관이나 단발성 공모사업 중심의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인구집단 전체의 건강 수치 향상과 건강불평등 완화를 기준으로 정책을 재구조화할 것을 권고했다. 둘째, 시·군·구 보건소의 일반 진료 기능을 최소화하고 지역 건강정책의 기획·조정 및 공중보건 위기 대응 기능에 역량을 모으도록 조직을 재편하도록 했다. 셋째,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기본적인 일차의료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규정하고 보건지소·보건진료소의 연계 및 순회 진료 활성화를 제시했다.
제2전략인 일차의료 기능 정립 부문에서는 넷째, 최초접촉·포괄성·지속성 등 일차의료의 핵심 속성이 동네의원 중심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상체계를 개편할 것을 권고했다. 다섯째, 지역보건과 일차의료가 개별 사업을 넘어 공동 책임을 지는 협력체계를 정비하도록 하고, 여섯째, 다제약물 관리·방문진료·재택의료를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하게 했다. 일차의료-지역보건 협력 부문에서는 일곱째, 국고보조 방식을 지역사회 건강 필요도 기반의 재원 배분 방식으로 전환하고, 여덟째, 분절된 보건·의료·돌봄 데이터를 연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정보플랫폼을 고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아홉째, 지속 가능한 지역 보건 인력 양성을 위해 필수역량 표준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열째, 이 같은 개혁 모델을 검증하기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비수도권 의료시장 붕괴와 복합 만성질환 급증… 전면적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제도적 배경
이번 권고안 핵심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급격한 인구 고령화 및 비수도권의 의료 공급 인프라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의료혁신위원회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현재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민간 병원의 도산, 폐쇄, 기능 축소, 인력·시설 기준 미달 등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한 보건의료 공급 체계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노인성 질환, 노쇠, 치매와 더불어 여러 종류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 환자 등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지닌 인구집단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질병 발생 이후 대형병원 치료에만 의존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의료비 폭증과 돌봄 사각지대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행정기관의 단발성 실적 위주 관료주의에서 탈피해 지역 주민 전체의 예방적 건강 지표를 개선하고 의료와 사회적 돌봄을 통합 연계하는 가치기반 지불제 등 지불 구조와 인프라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소 외래진료 축소 논란과 우려… 직역 간 업무 범위 설정을 둘러싼 핵심 쟁점
권고안의 실질적 이행을 앞두고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과 쟁점도 구체화되고 있다. 가장 오랜 쟁점 중 하나인 시·군·구 보건소의 기능 개편은 도시권과 취약지 간의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개원의 단체들은 공공보건기관이 일반 민간 의원과 경쟁하는 구도의 진료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고수해 왔으나, 농어촌 및 의료 취약지 지자체와 주민 일부는 기본적인 일차의료 접근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도시권의 경우 직접 진료를 하지 않고 건강 증진 및 당뇨·고혈압 관리만을 담당하는 ‘건강생활지원센터’를 확충해 보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권고안의 세부 항목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원영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는 기고를 통해 통합돌봄 및 재택의료 항목의 구체적 실행 주체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다직역 간의 역할 범위가 모호하게 서술되어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나 처방 없이 간호사, 한의사 등 타 직역의 방문 간호 및 돌봄 서비스가 독자적인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의료법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의료 행위와 단순 돌봄의 경계가 무너져 환자 안전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일부의 견해이다.
의료혁신위원회는 권고안 가동을 위한 사회적 의견 수렴과 정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위원회는 오는 2026년 11월 7일부터 8일까지 양일간 시민패널 약 300명이 참여하는 제2차 공론화 숙의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연명의료 결정제도 개선’ 및 생애말기 돌봄과 생사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가 구체적으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제9차 의료혁신위원회가 가결한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유관 부처 조율을 거쳐 오는 연말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및 예산 반영 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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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의 일부 이미지는 생성형AI를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