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이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을 통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당초 취약계층에 한정하기로 했던 비대면 의약품 배송 대상을 전체 환자로 전면 확대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가 대형 플랫폼의 로비에 편향된 졸속 행정이라며 정부 주도의 범부처 민관협의체 참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21일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제도 정착을 둘러싼 보건의료계와 유관 부처 간의 법적·행정적 갈등이 다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의료법 시행 앞둔 정부, ‘취약계층’ 한정 약 배송의 ‘전 국민 대상’ 확대 추진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과, 국무조정실 보건정책과는 2026년 8월 20일 합동 발표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목적으로 의약품 배송 대상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공표했다.
202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이 공포 1년이 경과하는 오는 2026년 12월 24일 본격 시행됨에 따라 비대면 진료는 제도권에 공식 편입된다. 당초 정부는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수급자, 등록 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 접근성이 극히 낮은 일부 취약계층 환자에 한해서만 약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을 고수해 왔다. 또한, 비대면 진료 전담약국의 설립을 철저히 금지하고 가까운 동네약국 중심의 제한적인 배송망을 구축하는 하위법령 초안을 마련 중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환자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의료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는 명목하에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단순 편의성 확대를 넘어 비대면 진료를 받는 모든 환자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약 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약사법과 의료법 등의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방안까지 포괄적인 검토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대면 처방약의 유통 구조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었으며, 정부는 배송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조제약의 변질 방지, 품질 유지 방안, 오배송 방지 대책, 실질적인 복약지도 이행 가이드라인 수립 등의 안전성 검증도 동시에 병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플랫폼의 도매업 겸업 막는 ‘닥터나우 방지법’ 통과와 벤처계·플랫폼 업계의 상반된 평가
정부의 약 배송 전면 확대 방침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가 주도해 온 의약품 유통 방식에 법적 제동을 거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동시에 발표되었다. 국회는 2026년 8월 20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178명 중 찬성 95명, 반대 34명, 기권 49명으로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통칭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중개업자가 의약품 도매상이나 한약업사 허가를 직접 득하거나 겸영하는 것을 전면 불허하고, 2촌 이내 친족이나 지배 구조 하에 있는 특수관계 법인을 통한 우회적 공급 및 플랫폼 이용 약국에 대한 의약품 우선 배정 등 일체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가 지난 2024년 3월 의약품 도매업체인 ‘비진약품’을 설립해 자사 플랫폼 이용 약국에 약을 우선 공급했다는 특혜 및 신종 리베이트 논란이 2024년 국정감사 등에서 집중 제기된 이후 2년에 걸친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가결되었다.
법안 통과에 대해 벤처기업협회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특정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법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규제는 과거 타다 금지법의 전철을 밟는 것과 다름없으며,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와 신산업 분야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과도한 입법’이라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대변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도매업 겸영 규제와는 별개로 정부의 약 배송 전면 확대 결정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진료는 비대면으로 시행하면서 약은 약국을 직접 방문해 수령해야만 하는 기형적 구조가 해결되어야 비대면 진료의 실효성이 비로소 완성된다’며 정부의 신속한 조치 이행을 촉구했다.
대한약사회 “사회적 합의 뒤흔드는 졸속 추진” 규탄 및 민관협의체 전면 보이콧 선언
약사사회는 정부의 약 배송 전면 확대 계획이 발표되자 즉시 강경한 전면 투쟁 노선을 선언했다. 대한약사회는 2026년 8월 21일 배포한 공식 성명서에서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수년에 걸쳐 긴밀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마련한 의료법 개정안의 시행령과 하위법령이 정비되기도 전에, 정부가 특정 플랫폼 업계의 이해관계에 편향되어 사회적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려 한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약 배송 적용 범위를 섬·벽지 거주자와 취약계층으로 제한한 기존의 안이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대국민 보건 안전 확보를 위한 최후의 법적 보루임을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는 탈모약, 비만 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의 무분별한 처방과 불법 유통 실태에 대한 명확한 통계 조사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배송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과 약사단체 및 플랫폼 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계획되었던 범부처 민관협의체의 참여를 전면 거부하기로 선언했다. 약사회는 ‘정부가 이미 배송 범위 전면 확대를 결론으로 정해 둔 상태에서 들러리를 세우려는 기만적 협의체에는 결코 발을 들이지 않겠다’며 배송 범위 확대 검토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의 안전성 검증 및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의약품 유통망 정비와 약국 실시간 재고 정보 공유 체계 고도화 세부안
정부는 이해관계자의 반발 구도 속에서도 비대면 진료 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인 ‘약국 뺑뺑이’와 처방약 재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통 인프라 고도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6년 5월 6일부터 비대면 진료 처방용 의약품에 대한 약국별 구매·조제 데이터 여부 정보를 주 단위로 가공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사업자에게 연계 및 제공해 왔다. 그러나 주간 단위 제공 방식은 실제 약국의 의약품 재고 실시간 변화 현황을 반영하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약품 구매 및 조제 데이터의 연계 제공 주기를 일일 또는 실시간 단위로 대폭 단축하고, 단순 조제 여부를 넘어 개별 약국이 실제 보유하고 있는 조제 약품의 정확한 구매·조제 수량 정보까지 중개업자에게 다이렉트로 개방해 환자가 처방 약을 원활히 조제받을 수 있는 약국 검색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에는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장치로 약사가 해당 약물을 조제·판매할 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한 기존 환자 투약 이력 확인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이 명시되었으며, 이를 위해 DUR 시스템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의 상호 데이터 연계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 또한 새롭게 마련되었다.
오는 2026년 12월 24일 개정 의료법의 정식 시행까지 약 4달여의 기간이 남은 가운데, 하위법령의 제정과 안전 가이드라인 설계는 연내 보건의료 시장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도매업 겸영을 제한한 약사법 개정안의 공포와 동시에 불붙은 ‘약 배송 전면 확대’를 둘러싼 정책 공방은, 주무 단체인 대한약사회의 범부처 민관협의체 전면 거부 선언으로 인해 정부와 보건의료단체, 플랫폼 업계 간의 타협점 도출에 상당한 행정적 지체를 야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백승리 기자(report@senioredup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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